욕망의 무덤, 그리고 123층 롯데월드타워 미분류

(고대 그리스의 모설루스왕의 무덤, 모설리움(Mausoleum))

120년 전통의 영국 건축저널인 The Architectural Review는 얼마전, 무덤(Tomb)과 관련해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톰 윌킨슨(Tom Wilkinson)의 '무덤 유형학 (Typology, Tomb)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로, 무덤과 묘비석의 사회 문화적 변화와 의미를 건축적 관점에서 분석한 기사였다. 간략하게 이 특집기사를 간추려 보면 아래와 같다.

고대의 무덤은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욕망을 대변했다. 고대 바이킹(Viking)종족의 지도자의 시신은 바이킹 배(Oseberg Ship)와 함께 땅속에 묻혔다. 힘과 권력의 상징인 바이킹 배를 통해 사후세계에서도 천상의 낙원을 향해 노를 저 가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한다. 진 시황제의 무덤은 거대한 땅속 궁전으로, 영원불멸의 삶에 대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왕 모설루스(Mausolus)는 모설리움(Mausoleum)이라는 무덤을 남겼는데, 모설리움의 거대한 규모와 완벽한 비례의 건축미는 이후 서유럽 세계에서는 기념비적인 무덤건축의 대명사가 되었다. 로마제국의 황제들은 자신들만의 모설리움 기념비를 남기고자 했다. 르네상스시대의 도시 권력자들도 완벽한 기념비적 건축으로 자신의 무덤을 남기고자 했다. 이 욕망은 알베르티(Alberti)나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같은 르네상스 건축가들을 고용해 가족교회(Family chapel)를 디자인하게 하였고, 이런 르네상스 건축가들의 무덤건축은 이후 건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세 기독교는 성인들의 시신에 신성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다. 중세 도시의 고딕 성당(Cathedral)들은 성인들의 시신이 안치된 거대한 무덤이기도 하다. 무덤 건축의 최절정에는 무굴제국의 왕 샤자한(Shah Jahan)이 죽은 왕비를 위해 만든 타지마할(Taji mahal)이 있다. 

무덤건축을 통해 기념비를 남기고자 하는 세계 권력자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은, 현대에 들어 크게 변화했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널리 펴진 현대의 권력자들은 당연히, 고대 왕들의 기념비적 무덤건축을 거부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권력자인 미국의 대통령들은 '기념도서관 (Memorial Library)란 형태의 건축을 남김으로써 고대 왕들의 모설리움(Mausoleum)을 대신하고 있다. 



나이 94세의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 타워에 대한 애착과 정성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축물을 조국에 남기겠다"는 신회장의 신념이자 필생의 꿈을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회장이 직접 공사진행 상황을 챙기고 있다는 보도도 여러번 있었다. 건축 미학적으로 볼때, 어떤 건축가가 이 아름답지 않은 123층 높이의 괴물, 롯데타워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까. 그런 건축 미학적 관점은 접어 두고 서라도, The Architectural Review저널의 톰 윌킨슨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마도 우리사회는 근대 이후 한국의 어떤 권력자도 남기지 못했던 기념비적 무덤 건축(Mausoleum)을 노회장에게 허락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고대 이집트 Khafre왕의 무덤, 피라미드)
(진시황의 지하궁전, 병마용갱)
(미켈란젤로가 메디치 가문을 위해 설계한 Medici chapel, 메디치 통치자의 무덤이 모여있다.)
(무굴 제국의 왕 Shah Jahan이 죽은 왕비를 위해 만든 무덤, 타지마할)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통령 기념도서관 (George W Bush Presidential library,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Texas)
(123층 롯데월드 타워, 사진 크레딧(MK News))

덧글

  • 청록람 2015/11/02 19:28 # 답글

    문명할때 마우설리스의 영묘 라는 건물이 나와서 '뭐지 저게...'핶는데 덕분에 오늘도 하나 배우고 갑니다
  • urbanrobot 2015/11/07 17:58 #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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